Daily Bo

거슬러 올라가는 날들

Mar 3, 2015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드러내는 현실의 구조에 관심이 더 있었던 것 같다.

마음에 남는 이야기들을 쓴 작가들은..

칼비노, 크리스 웨어, 하루키, 레이몬드 카버, 은희경, 세스(Seth), 댄 클라운, 앙꼬, 파크리트 쥐스킨트, 셀린저, 김애란, 황정은, 쿤데라, 하일권, 음 또..

만화반 문학반. 대부분 좀 쓸쓸(하다기보단 아무래도 우울에 가까운) 느낌의 글들.(이지만 휴우머가 있다.)

어쨌든, 요새는 역사나 이론서를 좀 보려고 하는데 러셀이 집필한 서양철학사 첫 장을 겨우 떼었다. 바들바들거리며..  시간이 지날 수록 모르는것만 늘어난다. 큰일이다.

bird

Mar 2, 2015

눈은 예고없이(물론 일기예보는 언제나 성실하게 업데이트된다. 내가 보지 않을 뿐..) 휘몰아쳐 거리마다 흰똥을 무참히 싸질렀다. 모처럼 친구집에서 열린 파티에 룸메와 함께 가려다가 일분도 안되어 가지말까하는 생각을 거의 동시에 했던 것 같다. 결국 우리는 동네에서 몇 발자국 벗어나지 못하고 나간김에 밥이나 먹자는 유혹과 손쉽게 하이파이브를 치며 밥을 먹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그날 내린 눈폭탄만큼 심각한 칼로리의-하지만 포기할수없는..- 디저트까지 먹어치우고야 만 것이었다. 이게 다 눈 때문이다.

 

Feb 26, 2015

반가운 얼굴 재용씨와의 만남. 뉴욕에서의 재회가 반갑고 설렜고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끄적인 몇몇 메모들은 아직도 따끈따끈하다.  3년 만에 보는 건데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듯하다,재용씨는. (써놓고보니 30년만도 아니고 3년은 역시 짧은시간인걸까)  여전하다는 게 이럴 땐 정말 좋은의미를 담뿍 넣어 쓰고싶다. 사실 한국에서 함께 작업할때 그렇게 많은 얘길 나누지 못해 아쉬웠었는데, 굉장히 편하게 대화를 하고 있다는데 놀랐다(꽤나 흔치않다 그런 일은..아쉽게도 점점.. ) 재밌던 점은 굉장히 안타깝거나, 슬프거나, 우울한 상황에 대해 주로 얘길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희미하지만 분명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는 점이다. 발에 채이는 절망을 차고 일어설 수 있을까 우리는?

재용씨는 안티엔트로피 주사같은 거라도 맞는걸까. (있다면 저도 좀..)어딘가 마음의 추를 잡아주는 평형추가 굳건히 있을 것 같은 사람. 지금 내게 없는 점만 더크게 보는걸지도 모르겠지만.

친해지고싶어요

 

 

Feb 14, 2015

Learn to Read Art: Surviving History of Printed Matter

NYU-020915-17407

 

부럽고 또 부럽고, 짜증나게 좋았던 전시. 조금 더 일찍알았더라면 좀 더 찬찬하고 자세히

살펴보려고 여러번 갔을 텐데, 막바지에 우연히 알게되어서 너무 아쉬웠던 전시다.

뉴욕의 아티스트북을 전문으로 배급하고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페어인 및 NY 과 LA북아트페어를 주관하는 프린티드매터의 생생하고 치열한 생존기가 연대기별로 잘 정리되어있는 전시였다.

일단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지는 역사만큼이나 꼼꼼하고 제대로 아카이브가 되어있는 자료들이 눈에 뜨인다. 이마저도 2012 태풍 샌디때 엄청나게 많은 아카이브가 파괴되고 남은 것이라니..

여러가지 층위에서 ‘읽는’ 재미가 쏠쏠한 전시다. 매출전표, 미술지원금 신청서와 같은 서점 행정및 운영에 관련된 자료에서부터, 초창기 멤버들(전부 아티스트들이다)이 작성한 회의록, 편지, 그리고 2003년까지 발행되었던 서점 카탈로그 아카이브와 같은 홍보물, 서점에서 간간히 발행한 책들이라든가 책갈피 디자인 시안 같은 사소한 것 까지도 두루두루 진열이 되어있다.

10년을 단위로 연대별로 전시장 구획이 나뉘어져 있어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렵지 않다. 물론 전시장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2000년대에 이르면 사실 이 전시장의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마치 연극 뒷무대처럼 갑자기 뻥뚫린 오른쪽 공간에 작업실(공방)이 나타나고 어떤 빨간머리 여자가 의자에 앉아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레터프레스기와 제본도구들, 커다란 작업대와 커팅보드, 각종 실크스크린 장비들, 여기서 뽑아서 붙인듯한 벽에 붙은 커다란 글씨의 포스터들(Destroy What Detroy You).. 실제로 몇몇 작가들을 초청해 전시 속의 ‘진행형 전시’를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 기획을 했던 프린티드매터 디렉터 말에 따르면 역시나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그리고 지향하는 지점(미래)를 아울러 보여주는 것이 전시의 중요한 핵심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프린티드 매터는 어느 때보다 바쁘고 또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있다. 이미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어느 때보다도 더 현재진행형인 모습으로.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을 앞두고 바쁜 숨고르기를 하는 프린티드 매터가 새로운 공간에서 또 일들을 도모할지 기대가 크다.

 

더 자세한 건 다음달에 나올 예정인 그래픽 #33 을 참조하시길..

 

립흘환영